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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이 있었지 - 홍콩

성장은 우상향 2020. 7. 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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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실시간 중개로 홍콩 현재 상황을 보게 되었다.

제목이 중국어로 쓰여있어 알 수 없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굳이 제목을 몰라도 알 수 있었다.

어수선한 거리, 도처에 깔린 홍콩(이지만 사실 중국의)경찰들이 도로를 막고있고 그들 뒤편에서 시민들이 무언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라. 무슨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굳이 광동어를 몰라도 알 수 있었다.

 

아... 홍콩의 자유에 사형선고가 내려졌구나. 

 

 

 

 

홍콩 시위현장의 분위기도 이전에 내가 보았던 시위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침체된 것 같기도 하고, 구호를 외치긴 외치는데 소리도 작은 것 같고, 군중이 다같이 구호를 외치는게 아니었다.

살짝 이상한 감이 있었는데 홍콩 보안법 관련 기사를 보니 대충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을 보고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홍콩독립을 외치면 그대로 체포가 가능했다. 영장도 없이.

그걸 보고서야 시위현장이 어수선하고 침체된 분위기가 풍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몇 시간 뒤에 돌아와 다시 영상을 돌려보니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사람들이 줄줄이 끌려가고 있었다. 독립을 외치면 저렇게 잡혀가니 시위대들이 밖에 나와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겠지. 홍콩 보안법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보면 이게 뭔가 싶은 내용도 있다. 대충 요약하면, 중국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해서 누군가 '독'만 외쳐도 '어... 독?... 립! 독립?! 네이놈!! 하고 잡아갈 수 있게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게 홍콩인들에게만 적용되는것도 아니다. 한국인도 이 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내가 이 블로그에서 중국정부를 욕하고 홍콩인들이 자유를 찾길 바라고 있으니, 만약 중국땅을 밟거나 경유지에서 비행기 환승만 해도 나도 체포당할 수 있다. 그냥 전세계 사람들이 대상이다.

눈치볼 필요 없이, 아주 대놓고 홍콩을 집어 삼키겠다는 거다. 대놓고 일을 벌이는데도 당장 주변국은 물론 미국조차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 같다. 이대로 무난하게 시간이 흘러 간다면 10년, 20년 뒤엔 한때 그런 곳이 있었다는 기억만이 남을 것 같다. 

 

 

 

 

 

 

 

 

 


 

 

 

 

 

 

 


 

 

내가 20대 였을거야. 그때 홍콩이라는 곳이 있었어

 

너도 들어본 적 있을걸? 

 

옛날 홍콩이라는 곳에 가면 이런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었지.. 지금이야 중국 대도시들에 이것보다 더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많긴 해. 근데말야 그땐 중국의 다른 도시나 베이징보다 사람들은 홍콩에 여행을 정말 많이갔어.

 

   

 

 

내가 어렸을땐 중국이 막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던터라 대도시에 고층빌딩을 많이 짓고 있었고 그때 그게 지금 너가 알고있는 중국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한거지. 근데, 그 대도시들이 들어서기 전엔 홍콩의 도시만한 곳이 중국엔 없었어. 그래서 홍콩으로 관광을 많이 갔었어

 

 

 

그땐 홍콩 야경이 정말 예뻤거든

물론 그때보다 다른 중국의 대도시나 다른 국가의 대도시에 볼거리가 더 많아지긴 했지만.. 그땐 그랬어

 

 

 

 

 

야경 말고도 홍콩은 옛날엔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한게 많았어.

그 도시에서 영화도 정말 잘 만들었지.

서양에서는 이소룡의 정무문, 용쟁호투가 유명했는데, 이 영화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청소년에게도 영향을 많이 줬어.

미국 영화에서 무술 좋아하는 주인공 집이 나오면 노란색 바지 입은 남자가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있고, 쌍절곤을 휘두르고 이상한 기합소리를 내잖아? 다 홍콩 액션영화를 오마주 한거야. 특히 이소령이 대성공 하면서 홍콩영화를 알렸지.

 

 

 

 

그 외에도 주성치의 소림축구도 유명했고, 홍콩 영화중 '첨밀밀'은 90년대 개봉한 영화인데, 한국에서 뒤늦게 인기를 끌기도 했어.  

 

 

 

 

영웅본색같은 액션영화나 화양연화같은 로맨틱 영화 등등... 사실 대부분이 1980~90년대 영화라 내 아버지뻘 세대에서 유명하긴 했어도 워낙 명작이라 그때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한번씩은 봤었거든.

내가 어렸을때 명절절에 할아버지댁에 가면 TV에서 홍콩영화를 꽤 많이 틀어줬었는데, 사실 방송국에서 틀어준 대로 본 거지만 정말 재밌었어. 대학생이 되어선 화양연화를 찾아서 보기도 했구.

지금 10대 20대 대부분은 알까말까 하지만 말이야.

 

 

 

 

 

 

 

지금이야 중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공산당이 수십년째 시민들을 감시하고, 당의 압력과 정책 규제들이 심해서 이젠 외국인들이 여기에 투자하길 꺼려하지만 그땐 다국적 기업, 특히 금융기업들에서 달러를 싸들고 와서 동아시아의 거점으로 삼았어.

그때 당시 홍콩에 유입된 외화가 대략 1000조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100경이네.. 와

당시 중국은 외국 자본이 본토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중국 본토에 투자하기 위해선 홍콩을 거쳐야 했고 동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자금도 많이 들어왔고 외환업무도 활발했다고 해. 그래서 세계 각지의 글로벌 금융 기업과 그곳에 다니는 엘리트 직원들이 홍콩에서 활동을 많이 했어.

2019년에는 GDP가 3729억 달러, 전세계 31위에 홍콩항 물동량은 1960만톤으로 세계 7위를 한 적도 있었지. 작은 섬인 홍콩보다 땅덩이가 수백배 더 큰 웬만한 나라보다 잘 살았어.

 

 

 

 

그래서 홍콩의 산업중에서 금융산업이 특히 발달했는데, 사실 세계적인 기업뿐만 아니라 자본유치를 받고자 하는 중국의 기업들이 홍콩에 IPO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홍콩이 이렇게 발전한 부분도 있긴 해. 당시 중국은 외국인들이 중국에 직접투자하길 원치 않았거든.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공장을 짓지 않는 한 중국에 투자하는 방법은 홍콩을 통해 간접적으로 중국에 들어오는 것이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런지 홍콩의 GDP대비 시가총액은 10배를 넘기도 했어.

 

이를통해 홍콩은 기록적인 성장을 했고, 1970~80년대에는 중국 전체 GDP를 압도하기까지 했지. 그때 홍콩이 한국보다 잘살았던건 물론이고~

 

비록 지금 그곳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중국 다른 대도시와 비슷한 소득을 올리지만, 그땐 1인당 명목 GDP가 $50000였어. 어느정도냐면, 쉽게말해 미국이나 잘 사는 유럽국가들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야. 물론, 아무리 잘 살았어도 그때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지. 그중 하나가 집값이었어.

소득은 엄청나게 높고, 작은 섬에 수백만명이 모여사니 집값이 높은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어. 그런데 그 정도가 홍콩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어. 2020년 한국에서 가장 핫한 아파트인 반포의 아파트가 평당 1억인데, 홍콩은 웬만한 아파트가 평당 1억을 넘겼지. 그래서 어떻게든 거주할 곳을 마련하긴 해야 하기에 아파트를 건설하긴 하는데

 

 

 

 

저렇게.. 높은 아파트를 좁은 땅에 다닥다닥 붙여서 지었지. 주차는 사치고, 맞은 편 아파트에 가려 햇살조차 들어오지 않아도 평범한 사람들은 저런 아파트에서 사는게 꿈이었어. 

 

 

 

이렇게 겨우 몸만 누울 수 있는 방조차 수십만원을 줘야 했고, 좀 사람답게 살만한 공간이다 싶으면 월세가 백만원은 가볍게 넘었으니 겨우 햇살 안들어오는게 문제였을까.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월세 낼 돈이 없어서 저런 방조차 얻을 수 없어서 맥도날드에서 숙식하는 문제가 뉴스에 많이 보도되기도 했어.

 

뭐, 근데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을 보면, 지금 생활수준이 그때보다 나을건 없는 것 같아. 홍콩이 관광지로도 정말 유명했고 시장에 먹을거라도 다양해서 활기가 있었는데 말이야.. 

 

 

 

 

 

 

 

물어볼게 있다고? 

중국은 공산당이 원래부터 통치하는거 아니었냐고? 

맞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쭉 공산당이 통치해 왔지.

 

 

음.. 근데 그때 공산당은 왜 홍콩을 통치하지 않았냐고? 

... 어.. 그건 조금 복잡한 이야기긴 한데, 100년도 훨씬 전에 영국과 청나라가 홍콩을 두고 약속을 하나 했거든. 

 

 

내가 그 얘기를 안했구나. 그나저나 홍콩이 어디있는지 알고있니?

 

홍콩이 중국의 어떤 섬 중 하나라는건 알텐데~ 정확히 어딘지는 모를거야.

 

그 섬은 중국 남동쪽에 있어

 

 

 

 

 

정말 작은 섬이지? 저렇게 땅이 좁아도 웬만한 국가들보다 잘 살았다는게 지금도 놀랍네.

 

홍콩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섬은 아니었어. 원주민들이 그곳에 살다가 16세기에 포르투갈과 영국인들이 홍콩에 들어왔어. 나중에는 동인도회사 여기에 무역항을 건설해서 교역을 했다고 해.

너도 역사시간에 배웠겠지만, 19세기 제1차 아편전쟁이 있었지. 이때 영국군이 점령한 곳이 홍콩이야. 이후에 난징조약을 맺고 영국은 청나라로부터 홍콩을 양도받고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가 돼.

19세기 홍콩은 영국의 주요 무역항이었는데, 영국의 각종 물산들이 집결하는 곳으로 활용되는 자유 무역항이었고, 이런 지리적 위치와 자유경제적 이점으로 구룡반도에서 광동 성 곳곳을 운행하는 철도를 개통하기도 해. 바로 이때를 기점으로 홍콩이 중국을 통하는 핵심 도시로서 역할을 하게 되지. 그때 영향으로 홍콩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참 잘했는데, 홍콩이 영국 식민지가 된 이후부터 영국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런지 홍콩 국민들 교육수준 정말 높았지.

1898년 영국은 홍콩을 양도받기로 했을때 99년간 조차하기로 했어. 왜 99년인지는 나도 잘 몰라. 근데 어쨋든 유효기간은 1997년 까지 였는데, 어느덧 99년 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1997년이 다가왔지.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은 홍콩을 중화인민공화국에 넘겨주게 되었어.

 

 

(좌)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 (우) 1997년, 중국인민공화국으로 이양되는 홍콩

 

크리스 패튼은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가더라도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홍콩 헌법(Basic Law)을 개정했어. 이 행보로 중국과 친중파의 노골적인 비난을 받았어. 

어쨌든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양도받게 되었는데, 이때 많은 홍콩인들이 영국 등지로 이민을 가. 왜냐하면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데, 홍콩인들 입장에선 이들이 홍콩을 통치하는데 심각한 위협을 느꼈거든.

한번 생각해봐.. 그때 홍콩은 자유가 있었어. 개인들의 사유재산은 보장받았고, 공산당을 비판하는 시위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어. 그런데 어느순간 사업을 하는데 정치적인 개입을 받고 정부를 비판했다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 그곳에서 나고자란 사람들 입장에선 있을 수 없는 일 아니었을까..? 공산당이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 없었기에 천안문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도 많이 열렸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됐기에 사업도 하고 간혹 성공한 배우들은 수백억을 벌 수 있었어. 뭐, 홍콩에도 재벌들 특히 부동산 재벌들이 문제가 많긴 했지만 그런 자유로운 시장에 메리트를 느낀 외국계 금융기업들이 많이 들왔 있으니 고학력자들은 그 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관광객이 많으니 서비스업도 자연스럽게 발달했지.

 

그나저나 오랜만에 홍콩 도시를 보니 지금은 고층빌딩은 눈에띄게 노후화되었네.. 관광객들도 잘 보이지 않는것 같고. 아마도 노후화된 고층빌딩을 재개발 해도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 하니 투자를 꺼리는 거겠지.

 

 

 

홍콩이 어쩌다 이렇게 된거냐고?

글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실 겨우 몇년 사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긴 해. 물론 예정된 일이긴 했지만.

 

 

 

 

 

 


 

 

홍콩 시민들이 그토록 반대하고 미국과 주변국가에 도움을 호소했음에도 시진핑은 보안법을 통과시켰고, 7월 1일이 바로 그 법이 효력을 갖게 된 날이었다. '홍콩 독립'이라는 문구를 적고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한 남성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위 유튜브 캡처화면에 보이는 것 처럼 독립을 외친 시민들을 줄줄이 체포중이다.

보안법 통과로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4가지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 외에 단순 가담이나 지원 등 동조 행위에 대해서도 3∼10년 징역형을 내릴 수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지만, 역사를 곰곰이 되돌아 보면 어떤 사건이 지나간 후 다시 그날로 돌아가지 못했던 사례들은 수두룩 하다.

이른 시간내에 홍콩이 자유를 되찾는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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