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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 정의론 :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원칙 본문
언젠가 대학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상속세에 대한 주제가 튀어나온적이 있었다.
우리 둘 다 주식 투자자인데다가 경제에 관심이 지대했던 터라
한국 사회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기업이 활동하고 투자하기에
한국사회 저변에 깔린 인식과 정부 정책들은 (후진국과 비교해도)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소들이 많아
미국, 유럽같은 선진국가에 비해 정책적으로, 환경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등
대화하는데 있어, 방향성 만큼은 의견일치(?)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Ex. 내외부 정치, 경제적 변화에 휘둘리는 코스피, 단타에 맛들린 투자자들, 부동산 불패신화 = 코스피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음, 경영진뿐만 아니라 정부도 뒷전인 주주들의 권리, 3억 대주주 요건 신설예정 ... 등등)
상속세에 대한 친구의 입장은 그간 취해왔던 입장과는 좀 달랐기에 무척 의외였다.
상속에 대해 지금보다 더 징벌적 수준으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에
'엥? 지금도 쎈 편 아니냐? 그것 때문에 상속 앞둔 오너들이 주가부양에 관심이 없는거 아냐 '
라고 답했는데 사실..
상속세..?
사실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어서 별로 할 말이 없었고
그보다는 그 친구가 크게 물린 'H' 주식이 있었는데
그게 딱 '상속 이슈로 주가 관리가 안되는' 케이스여서
'대체 왜 뇌절하는거냐?' 며 놀리느라 상속세에 관한 대화는 딱 여기서 대화가 끝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날 뜬금없이 이 대화가 생각났고, 그때 들었던 생각은...
그래, 재산을 상속할 때 세금을 거두는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상속세라는 제도엔 무작정 반대하지 않는다.
왜?
아무리 잘나도, 노력을 쩔게해도 노동으로 번 소득의 최소 6%, 최대 50%를 내야하는 세금은 피할 수 없고
운 좋게 로또 당첨되도 30% 기타소득세를 내는데, 부모 잘 만나서 얻은 재산 역시 어느정도의 세금은 거두는게 맞지 않는가?
부모의 직업과 신분이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되는게 부당한 것처럼
상속으로 받은 재산에 대해 적당한 세금을 걷는것은
국가 세수확보에 일조하며,
'개인의 재산권을 지켜주면서도'
사회적으로도 세금이라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불공평함, 불공정함을 완화' 할 수 있지 않는가?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해도 상속세가 왜 있어야 하는지 약간은 납득이 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상속세 정도로 완화시킬 수 있을까. 그게 그렇게 간단할까?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쌓은 재산을 소비를 하든, 자식에게 물려주든 처분하는 것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봉건시대도 아니고, 이 나라는 공산주의 사회도 아니다.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가 철두철미한 미국처럼 상속세에 많이 너그러운 국가도 있지만 한국은 분명 상속세가 전혀 가벼운 수준이 아닌것 같다. 그런데 이보다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사업활동과 근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꺽을 것이다.
이렇게 짧게나마 생각을 했음에도 단순히 세금으로. 그것도 징벌적 수준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은 이 사회를 절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
세상이 그렇게 단순히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돌아갈 수 없고 다른 측면에서 보면 너와 나의 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요소들이 상속재산 말고도 세상엔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게 주어지는 재산이 있지 않은가?
외모, 지능 등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 능력에 default값으로 부여되는 것부터 내가 나고 자라 머물게 되는 지역, 학교는 물론, '부모님이 누구를 알고 지내는가'도
역사적으로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에 틀림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상속세를 징벌적으로 매기는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것 처럼 보이게 할 뿐'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철학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상속세라는 이슈를 넘어 한국에서 지역균등전형, 미국의 인종별 쿼터제 역시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일텐데 이런 정책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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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 정의론
‘리더스 클래식’ 시리즈 《존 롤스 정의론: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원칙》. 1971년 초판 출간 후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에 이름을 올린 존 롤스의 《정의론》. 이 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난해하고 권태롭기로 유명한’ 《정의론》을 보다 수월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최소 수혜자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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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고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해 살짝 맛 보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번 제대로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존 롤스의 정의론을 요약하고, 쉽게 설명해 준다.
솔직히 나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겐 정의론을 쌩으로 읽는 것보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것이 한번 읽을때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출판사 리뷰에도 적혀있듯 정의론이라는 책은 읽기 어렵다.
『 롤스의 《정의론》은 여전히 많은 학자들은 물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난해하기로 유명하며, 심지어 미국에서도 권태롭기로 소문난 고전이다. 이 책의 저자 황경식은 1977년에 《정의론》의 초판을 번역했으며, 1980~1981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존 롤스에게 직접 지도받은 뒤 오랫동안 정의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탐구하고 현실에서 실천해왔다. 』
솔직히 나는 철학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평범한 독자로서 저명한 철학가의 철학을 단지 책 한번보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 분야에서 연구를 오랫동안 하신분의 도움을 받는것이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의 머릿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정의와 관련된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면 우리 일상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 외따로 떨어져 경쟁과 투쟁을 일삼기도 하지만 서로 얽히고설키는 가운데 신세를 지고 은혜를 베풀기도 하는 그물망에서 살아간다."
[존 롤스의 정의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유주의적 평등'의 이념이라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다원주의를 따르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도덕체계보다
'개개인의 가치관을 자유롭게 추구하면서도 타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과제일 것이다. ( 이 부분에 대해 짧게 생각해 보았는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롤스는 미국의 정치학자라는 점에서 이렇게 접근한것 아닌가 싶다. 미국이 철저한 '자본주의' 경제논리가 지배하지만 무엇보다 '자유'를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국가 근본 이념과 자국 국민들의 성향을 어느정도 고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유'라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소중히 하는 것이다. )
그래서 존 롤스는 '최소 수혜자'를 우선 배려해야한다는 전제 아래 정의의 구체적 내용은 시민간 자유로운 논의를 통한 중첩적 합의의 결과로서 도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롤스의 정의론은 최소 수혜자를 포함, 부담과 이득의 체제를 모든 사회 성원에게 혜택이 가도록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천부적 재능과 사회적 지위 모두가 도덕적으로 정당한 근거가 없는, 우연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롤스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이른바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구상하고 이를 보증할 사회구조, 사회체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하지만 형식적 기회 균등도 아니고, 실질적 기회 균등을 넘어 공정한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롤스는 '절차적 정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다만 그 문제점을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을 통해 보완하는 전략으로 자신이 구상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한다. 또 롤스는 자연적 운과 사회적 운을 구분하고, 그 도덕적 정당성을 논의하기 위해 '운의 중립화'를 도입한다.
위에서 설명한 롤스의 주요 주장을 바탕으로 사회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자유방임 사회(형식적 기회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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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자유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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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운과 사회적 운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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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직무에 있어 형식적 기회균등만을 보장
자유주의 사회(실질적 기회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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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적 평등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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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운 방치, 사회적 운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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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능력, 노력 등 조건 충족시 누구나 비슷한 직위와 직무의 기회 실질적으로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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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변수에 있어 우연적 변수의 영향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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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 현대 복지사회, 공교육, 저소득층 + 지역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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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회적 우연성을 온전히 배제하기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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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우연성(자연적 자질)이 사회적 권익의 분배를 지배하게되는 체제
정의로운 사회(공정한 기회균등)
Q. 자연적 자질에서 오는 차등은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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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평등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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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운과 사회적 운 완화(절차적 정의와 결과적 정의의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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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중립화,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
" 정의란 무엇인가? "
이 질문을 듣는다면 처음에는 답변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조금만 더 고민하게 되면 정말 막연하고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나 말고도 수많은 한국인들이 되뇌고 있을 질문이고, 그 질문을 답하기 위해 많이들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센댈을 읽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런 고민은 누군가에게 지극히 사치다.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같은 나라의 누군가는 인도나 중국의 중산층보다 못사는 사람들이 있고, 소말리아의 누군가는 총을 들지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을 수 있다. 하물며 민들레꽃조차 어떤 씨앗은 예쁜 화단에, 다른 씨앗은 도로 한복판에 떨어지는데 인간이라고 다를게 있을까..
솔직히 제도적으로 이런 본질적 요소를 컨트롤 할 수 있을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같은 출발선상에 설 수 없다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운과 재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회가 차선이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그렇게 된다면 남들보다 좋은 출발선에 선 사람이라도 장기적으로는 아래로도 갈 수 있지 않은가? 자질이 없다면 주어진 재산도 활용을 하지 못할텐데 말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조선왕조에서 공주를 시집보낼 때 양반가의 자제를 면접을 보아 사위(부마)로 뽑고, 부마가 되면 공주와 함께 궁 밖에 나라가 정해준 집에서, 많은 재산을 갖고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 수 있었다고 한다. 1대 까지는 1차 왕족, 2~4대까지 2차 왕족으로서 형사상 면책, 병역 면제 등 왕족으로서 다양한 특혜를 누릴 수 있었지만 3차까지 가면 그 혜택 상당부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1~2, 3대까지 놀자판을 벌여도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공부를 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부모가 되면 자식은 3차 왕족으로서 연줄외엔 가만히 있어도 부모재산 이외에 경제적으로 누릴 수 없게 되는데(그래도 그들은 연줄도 있고 양반이라 과거는 볼 수 있지만) 부모가 자식을 잘 교육시킬 수 있었을까?
왕족들이 특혜를 누리며 살았어도 잘 생각해 보면 장기적으로 4대, 5대째 이후에는 왕족들의 삶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음이 짐작이 간다.
다른 예로는 록펠러의 후손들이 있다.
세계에서 유래없는 부를 쌓은 록펠러(현재가치로 200조, GDP 대비 상대가치로 395조의 재산이 있었다고 한다.)의 후손들은 현재 4대째 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후손들 상당수가 수백억대, 수천억대 재산을 갖고 있으며 어떤이는 세계 500대 부자로, 3조에 달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는 망해도 3대가 아니라 5대, 6대가 간다) 록펠러가 재단을 만들어 재산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한때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의 수백조 재산이 이제는 수십 수백명에게 분산됐고 앞으로 장기적으로 계속 분산될 것임은 분명하다.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았어도 그것을 운용하는 이의 자질에 따라 록펠러의 후손들 역시 다양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봉건시대에 신분제가 있었음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스템을 갖추어도 장기적으로 출발선은 점점 내려왔다. 그중에서도 누구는 그 출발선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개인의 자질에 달린듯 하다. 공정한 기회균등과 자신의 운과 재능을 시험할 자본주의가 잘 작동한다면 내가 어떤 출발점에 섰는가 보단 우리같은 개인들 입장에선 장기적인 시각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현대복지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알고 싶다면,
구체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 [정의론] 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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