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onential growth
메이저 원유기업 근황 본문
코로나로 죽을 쓰고 있는 산업군 중 하나가 정유, 석유, 화학입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정유화학산업은 우여곡절이 많긴 했습니다. 미국에서의 셰일혁명이 일어났는데, 이른바 수압파쇄공법으로 기존에 채굴할 수 없었던 셰일을 추출할 수 있게 되었으나 2014년 유가가 114(연중 최고치)를 찍고 곧바로 70달러로 폭락한 바 있습니다.
당시 가격폭락과 함께 석유 수요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던 터라(현재도 유효) 미국의 에너지정보국조차 셰일업계의 생산량이 꾸준히 하락할 것을 예측하였지만, 2015년 내내 석유와 초경질유 생산량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더군다나 놀랍게도, 셰일산업은 이른바 2차 셰일혁명을 통해(생산성 향상) 폭락한 가격대인 유가 50달러 이하에 적응하게 됩니다. 당연히 2015년에는 유가 50달러대에 적응한 상태니, 2018년 WTI가격이 60달러, 70달러를 넘어가자 셰일업계는 나름 호시절을 맞이하게 됩니다.
OXY를 매수하면서(코로나때 전부 매도) 미국의 셰일산업을 간단히 공부했었습니다. 미국의 셰일산업은 지질환경이 중동과 다르게 일정하지 않고, 또 지역내 여러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시추경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가격의 급변동에 적응력이 강합니다. 요약을 해보자면
- 시추 후 파쇄작업을 하면(일단 생산 여건이 갖추어 지면) 셰일을 생산하는데 지출되는 로열티, 장비를 임대인의 역할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추가 투입되는 장비와 재료, 즉 추가 투입되는 비용이 미비하다는 점
- 설비~완성까지 공급사슬망에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 필요하지만, 저유가환경에 돌입하면 산업전반이 와해되기 보단 이윤폭을 줄여 안정적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점.
- 유가가 손익분기점에 들어오면 원천기술과 기법 등 온갖 시도를 하다가, 유가 하락시 실용적인 접근을 하면서 신규 프로젝트는 중단하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경쟁 기업에 기술을 공유하면서 시추에 착수하거나, 지분을 공유하거나 넘겨주는 등. 산업에서 호황과 불황을 거치며 점차 생산량은 늘어나지만 생산비용은 낮아진다는 점.
- 파쇄공정에서 전체 비용의 절반, 시추에 1/4가 지출되는데, 유가가 폭락하면 파쇄공정 작업을 완료하기 보단 일단 시추를 완료한 후 유가인상을 기다리며 파쇄와 작업을 뒤로 미루어 지출을 제한하고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점.
- 시추에 필요한 시추장비 수가 이전보다 급격하게 줄었다는 점.(따라서 셰일산업이 죽었다는 근거로 가동중인 시추장비 수가 80% 급감했다는 통계는 부적절) 계속된 셰일혁명과 기술발전으로 1배럴 생산에 투입되는 장비를 줄이고도 더 많은 작업을 해낼 뿐만 아니라 석유를 채집하고 운송하는 방법도 기간시설 확보를 위해 도로를 깔고 매장지에 종횡으로 작은 파이프를 거미줄에서 까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업대에서 여러 유정을 시추하면서, 생산지점 수는 줄고 생산량은 늘어나게 되었음. 필요한 파이프라인은 감소하고 굵기는 커져 기간시설 구축 과정이 간소화되고 있다는 점.
이 산업을 보면 호황에는 지출을 따지지 않고 막대한 대출을 받으면서 비효율적인 행태를 보이다가도 가격폭락에 맞딱뜨리면 극한의 효율성을 보여주면서 경쟁사끼리 인수합병을 하는 등 좀비처럼 계속해서 버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셰일산업의 효율성에 더불어 퍼미안 분지의 잠재성, 석유자원의 '미국내수' 수요, 그리고 OXY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고 2020년 1월, OXY에 투자를 한 바 있는데 코로나 덕분에 폭락을 맞은 바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있었던 WTI가격 폭락 배경과 다르게, 지금은 코로나 위기로 인해 (유가가 낮은 편인데도 불구하고)석유 수요가 감소할 텐데 (*IEA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석유수요는 전년 대비 810만b/d 감소한 9170만b/d에 그치고 2021년에는 9740만b/d로 금년 대비 570만b/d 증가할 것이지만 2019년과 비교할 때 여전히 240만b/d 낮은 수준)
이것이 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너무나 커보이고, 이전부터 ESG, 친환경 트렌드는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로 이 트렌드가 확산되는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른.. 셰일산업의 본질적인 리스크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걸 단순히 생산성 향상, M&A로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지출을 통제하는것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 OXY를 매도했었습니다. 적은 금액인 것에 안도하면서요.. ㅠ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유가가 40달러로 내려온 상태에서도 체서피크, 화이팅 페르로늄 등 대기업이 파산하긴 했지만 메이저 원유기업이든, 셰일기업이든 M&A로 몸집을 불리고 감원으로 지출을 통제하거나 원유보다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저도 오랜만에 산업 근황을 찾아볼 겸 메이저기업의 주가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먼저 엑손모빌(XOM)입니다. 메이저 원유기업중 XOM과 셰브런(CVX)은, 최근까지도 재생에너지보다 기존의 원유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해 온 기업들입니다.
XOM의 주가는 5년 전보다 대략 60% 하락하였습니다.
엔손모빌은 8월 2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매출은 326억달러(-41.9% QoQ), 순이익 -11억달러(-4.7억원 QoQ)를 기록했고(컨센서스 : 매출액 336억달러, 순이익 -27억달러 상회) 코로나19에 따른 재고 손익, 손상차손 등 일회성 손익은 급격히 증가(48억달러 QoQ)하여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이에 업스트림(E&P)에서 대폭 감익(-30억원 QoQ)을 할 예정이고 정제마진 하락, 판매량 감소(수요 위축)에 따라 다운스트림(정유 -19억원 QoQ)과 케미칼(화학 -1억원 QoQ)도 지출통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2분기 EPS는 -0.7 3분기 EPS는 -0.18로 적자를 기록했고 배당은 삭감된 바 있습니다. 물론, 감원과 지출통제에도 불구하고 XOM은 올해 주주들에게 배당금 3.48달러 (총 150억 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XOM은 100여년 만에 다우지수존스 지수에서 교체되었습니다. 배당귀족주이자 한때 시가총액 1위였던 기업이었지만, 이 세상엔 영원한건 없나 봅니다.
셰브런도 2분기 실적은 엉망이었습니다. 코로나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종은 대기업이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83억달러 손실을 기록했으며(비용중 10억달러는 인력 감축 비용인 퇴직금으로 인한 일시적 증가에 기인) 이는 1998년 이후 최대 적자라고 합니다.
OXY..
영국의 BP도 코로나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654
“석유·가스 기업 BP도 저탄소·신재생 사업으로 바꾼다” - 에너지데일리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영국 BP사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석유·가스발전 중심의 탄소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청정에너지 사업을 추진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www.energydaily.co.kr
BP는 2020년 2월에 사업에 큰 변화를 주겠다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50년 탄소배출 제로’ 계획 발표… 탄소제로 10가지 핵심 목표 제시
석유·가스 등 탄소사업 축소… 저탄소 제품·신재생 사업으로 대폭 개편
저탄소·신재생 사업 개발에 매년 5억불… 기후변화 대응 R&D에 10억불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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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저탄소 제품, 신재생 사업은 BP처럼 슈퍼 메이저 원유기업에서 독점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NEE같은 유틸리티기업이 이미 잘 하고 있고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의 스타트업은 물론 선진국과 동아시아의 여러 신생기업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BP가 성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지, XOM과 CVX가 2050년에도 배당을 계속 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들의 역할을 TSLA같은 신생기업들에서 대체할지 앞으로가 궁금하네요. 시간만이 알려주겠죠? Time will t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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